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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변했다.
나는 먹성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서
대식가이자 미식가이며 탐식가로서 30년을 살아왔다.
고등학교 땐 쉬는 시간마다 한 개씩, 하루 7개의 햄버거를 먹은 기록도 가지고 있고
대학 신입생 땐 선배가 사주는 점심을 먹고 과방에 갔는데 또 밥 사주겠다는 선배가 있으면 다시 2차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다가 다른 선배를 만나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면 또 3차 점심을 먹어서 하루 세 번 점심을 먹은 기록도 가지고 있다.
안다, 안다. 자랑스러울 것 없는 기록이다.
암튼 나는 많이 먹고 잘 먹고 맛난 것 찾아다니며 먹고... 먹는 게 낙인 사람이었다.
얼마 전에 호되게 앓은 후부터 30년 식생활에 변화가 왔다.
조금이라도 과식을 하면 죽도록 괴롭고
거하고 별난 요리보다 소박한 식탁이 좋다.
KOICA 소장님과 함께 한 거창한 만찬에서 좋은 요리를 먹고 난 뒤 속이 답답했고
어제는 동갑내기 희금이와 중국요리를 뽀지게 먹은 후 죽도록 괴로워서
태어나 처음으로 일부러 손가락을 목안으로 집어넣어 다 토해버렸다.
오늘은 과외선생 위에싱과 갈비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고기 하면 박혜림이었는데 왠지 누군가의 살을 씹고 있는 것 같은 불쾌감이 느껴졌다.
요즘 내 입에 가장 잘 맞는 것은
내가 끓인 무우국, 내가 끓인 콩나물국, 내가 끓인 조갯살 미역국에 곁들인 밥 반 공기다.
가장 쉽게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즐거움 하나를 잃은 듯하여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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