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쓴사람 :	박혜림
	쓴내용 :	마지막 출근, 마지막 땡땡이

첫출근일로부터 2년 7개월 4일째 되던 날, 오늘은 마지막 출근일이었다.
회사 건물 지척에 살면서 점심 한번 같이 못 먹은 만화가 백화백,
나의 wealth manager 오매니저,
학문의 길을 가는 예비박사 최박사
이렇게 넷이서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예비박사 최박사가 1시30분에 수업이 있다고 하여, 역삼에서 신촌까지 걸릴 시간을 감안해 점심 약속을 오전 11시에 잡았고,
그리하여 나의 마지막 출근 시간은 10시50분 정도였던 것 같다.

예정대로 같이 점심을 먹었고
예정에 없이 최박사의 차를 타고 꽃구경을 떠나게 되었으니
그것은 장장 6시간 코스의 마지막 땡땡이의 시작이었다.

남산에 한번도 못 가봤다는 오매니저의 설레임과
마감 이후 노는 것처럼 놀고 싶다는 백화백의 절규와
곧 떠날 사람 소원도 못 들어주느냐는 박혜림의 땡깡에
예비박사 최박사는 과감하게 대학원 수업을 제껴주었다.

4월 4일 오늘은 봄볕이 사랑스러웠다.
막대 사탕과 담배를 번갈아가며 입에 물고 케이블카를 기다렸고
서울생활 31년만에 남산 케이블카라는 것을 타보았다.

3분이면 끝나는 시시한 코스였지만 왠지 마음이 들떴던 것은 오늘의 햇볕 때문이었을까,
이것이 마지막 땡땡이라는 긴장 때문이었을까.

북악 스카이웨이 길도 오늘의 날씨처럼 사랑스러웠다.
한스갤러리에서 마신 차 한 잔도, 함께 나눈 이야기도, 여유 있는 표정도.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이제 떠난다는 자각이 조금씩 생기는 모양이다.

회사에 돌아오니 오후 5시30분.
나는 담담하게 소용 없는 것들을 버리고
꼭 챙겨야 할 것들만 추려 노트북 가방 하나와 쇼핑백 하나를 들고 회사를 떠났다.

깊은 잠을 잔 후, 내일부터는 다른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친구들과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어쩌면 담담하지 못했을 마지막 퇴근.
오늘 고마웠어, 친구들.


백술	우리의 오늘 땡땡이는 가히 대장정이라 불릴만한 것이었지. 네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두고두고 기억날거야. -_-*	2003/04/05	x

minjo	음... 화난다...	2003/04/05	x

박혜림	민도, 개봉 준비에 전념하여라~ 이 언니가 7월에 <망치>를 보고 떠날 수 있도록 얼렁얼렁 서두르란 말이다~	2003/04/06

ium,	음... 화나고...열받는다... 띠발 것들! 집 밖에 흐드러진 벚꽃도 구경 못하고 누워 자빠져 있는 놈은 생각도 안나더냐?	2003/04/07	x

박혜림	생각 안 나더라.. 집에서도 까불지 말고 조심조심 움직이고 물리치료 받게 되면 열심히 해라. 너 사는 아파트 나무 많잖아. 창문 열고 가끔 코에 바람 쐬라. 그래도 걱정해주는 건 이 누나밖에 없지?	200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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