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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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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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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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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집에 귀신이 살고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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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싱크대에 문제가 있어서 설거지를 화장실 세면대에서 합니다.
네, 징그럽게 불편합니다. 불편해서 설거지를 하기 싫고 설거지를 하기 싫어서 음식을 안 해먹어요.
어제는 집에 친구가 놀러왔더랬습니다. 초밥이랑 빵이랑 사들고 왔길래 같이 라면을 끓여서 먹었습니다. 라면을 먹었으니 설거지를 해야 했죠. 했습니다. 바로 화장실 세면대에서. 화장실 세면대 바로 아래에 있는 수세미와 세제를 사용해서요.
오늘은 일요일. 한국 식품점에서 사온 사천짜장을 끓여먹었습니다.
먹었으니 또 설거지를 해야죠.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정말 하기 싫어지죠. 그래서 바로 그릇을 들고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세면대 아래의 수세미를 집어들고 세제를 집으려는데...
없습니다.
세제가.
어디로 갔을까요, 나의 퐁퐁은?
1. 어제 놀러왔던 친구가 장난치려고 어디에 숨겼거나 가져가버렸다.
2. 이 집에 귀신이 있다.
3. 간밤에 이 집에 도둑이 들었다. 노트북과 카메라와 소형가전제품을 마다하고 퐁퐁을 노린 도둑.
4. 내 주위에 미친 놈이 있다.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미친놈이 내가 없을 때 들어와 놀다가고 (어제 저녁에 저는 친구와 밖에 나가서 밥을 먹고 들어왔거든요) 자신이 놀다갔음을 알리려고 퐁퐁을 들고나갔다.
정답이 1번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친구한테 확인하고 싶은데, 이 인간 추석이라고 오늘 아침에 한국으로 가버렸습니다. 열흘은 있어야 돌아올 텐데....
그 열흘 사이에 또 뭔가가 없어진다면, 가령 수세미나 칫솔... 귀신 아니면 미친놈이겠죠.
살아서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 무서워요.
진짜루.
아, 젠장.
내일 수업할 거 준비해야 되는데 집중이 안 되잖아, 집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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