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내내, 박혜림 너 짐도 안 싸고 뭐하니? 라고 속으로 꿍얼거렸는데
내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겠다.
짐싸는 건 정말 별것도 아니더군.
가방 하나 꺼내놓고 편한 옷 몇 가지와 속옷, 화장품, 중국어교재 그리고 사소한 것들 이것저것 챙기고 나니 30분도 안 돼 준비 끝.
(짐싸는 동안 옆에서 아빠가 하도 이것저것 챙기셔서 성가시다고 짜증냈는데,
새로 사온 손톱깎이를 놓고 나가셔서 하마터면 울뻔했다.
아, 울아빠 정말...)
하룻밤만 자면 국내훈련 입소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내일부터 국내훈련이 시작된다는 것도,
4월에 집 나가서 6월에 돌아오게 된다는 것도.
필요한 거 사러 나갔다가 집 근처로 지나가는 KOICA 버스를 보았다.
그러자 내가 KOICA 해외봉사를 떠나는 것이 필연인 것마냥 느껴진다.
내일 나는 혹시 오늘 내가 본 그 버스를 타게 되는 건 아닐까.
번호판을 봐둘걸.
내일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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