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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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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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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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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청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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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화요일 정오입니다.
지금 청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청도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상해로 간 선배 한스의 말에 의하면 청도는 비가 내리지 않기로 유명한 도시라고 합니다. 여기 온 지 18일째인 오늘까지를 되짚어봐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온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더운 날 잠시 신경질적으로 흩뿌리던, 손끝으로 털어내듯 내리던 물방울같은 비만 몇 번 있었을 뿐입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중국해양대 한국어과 교수님 한분이 청도는 안개와 바람이 많은 도시라고 소개하셨더랬죠. 정말로 안개와 바람이 대단하더군요. 안개가 짙은 날 창문을 열어놓았다가는 집안의 습기 때문에 난감해져버려요. 눅눅한 이부자리, 물먹는 하마를 익사시킬 것 같은 습기찬 옷장...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바람이 더 기승입니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바람소리는 창문을 꼭 닫아놓아도 집안 깊숙한 곳까지 비집고들어옵니다.
그 교수님 왈, 안개와 바람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면 이제 나도 외지인이 아니구나, 생각해도 된답니다.
혼자 사는 제가 안개와 바람에 마음이 뒤숭숭해질까 봐 걱정까지 해주시더군요. 아직까지 안개와 바람에 흔들린 적은 없습니다.
내일모레 목요일은 제가 강의할 해양대 개강일입니다. 저는 그날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두시간짜리 수업이 두 개 있습니다. 바로 개강 걱정 때문에 비와 바람과 안개에 내줄 마음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강 준비와 함께 다시 제 집 관리도 시작해볼까 합니다. 오프라인에 혼자 사는 제 집이 생기고 나니까 집이라는 게 신경써서 정붙이고 살지 않으면 정말 들어가기 싫은 곳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십년째 자취하고 있는 제 친구 민조도 그랬거든요. 집이 들어가기 싫은 곳이 되고 나면 세상 아무곳에도 쉴 곳이 없어진다고.
아, 잘 살아야지~!
아직까지 모뎀 접속입니다. 콴따이-메가패스 같은 건가 봐요-를 신청하면 사진도 많이 찍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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